2006 일본 여행기 Day1 -후쿠오카- (1/3/2006) 여행 이야기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 국제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배로 떠나는 일본행. 사실 난 이곳저곳 떠돌아 다니는 것 좋아하는 여행족도 아니고, 근성 하나로 모든 것을 몸으로 때우는 위인은 더더욱 못되기 때문에 모 여행사의 오사카 도쿄 7박8일 여행 상품을 구매한 것은 스스로도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진리는 결국 돈 앞에서 굴복하기 마련이라, 항상 날 압박해 온 고가의 항공권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것 밖엔 없었다.


내가 타게 될 배는 '비틀'

비틀 내부의 모습

출항 직전 창밖의 풍경. 날씨는 언제나처럼 안좋았다.



원래 8시 45분 출항이 예정 되어 있었지만, 날씨문제로 9시가 되어서야 부산을 떠날 수 있었다. 전날 푹 자두었기 때문에 피곤할리는 없을텐데도, 이상하게 후쿠오카로 가는 세시간 동안 꾸벅꾸벅 졸았다.

 비몽사몽 간의 항해를 마치고 후쿠오카 하카타(博多) 국제터미널에서 내렸다. 입국심사를 거쳐 터미널을 나서니 12시 쯤 되어 있었다. 간단하게 식사나 할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 곧장 버스를 타고 하카타 역으로 향했다. 일단 코인라커에 짐을 넣어두고 후쿠오카 시내를 돌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지고 말았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평소보다 큰 여행가방을 끌고 왔는데, 하카타 역에는 그 크기에 맞는 코인라커가 없었던 것이다. 후쿠오카 도착 30여분 만에 난관에 봉착한 나는 다음 일정까지 여기 죽치고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그럴수는 없었기 때문에 낑낑대며 가방을 끌고 버스에 올라탔다.

 후쿠오카의 볼거리라면 여러곳이 있겠지만 저녁에 오사카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서는 하카타 역에서 6시 5분에 출발하는 코쿠라(小倉) 행 특급열차 소닉을 타야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곳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내가 일단 향한 곳은 후쿠오카 타워였다. 이곳저곳에서 알아본 바로는 이 주변에 시사이드 모모치, 마리존 등의 유명 관광지가 위치하고 있기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카타 역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TNC라는 방송국 건물을 지나니 후쿠오카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가장 나중에 들르기로 하고 먼저 모모치 해변과 마리존을 보러 갔다. 연휴기간인지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았고,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TNC 건물. 휴일이라 썰렁했다.

후쿠오카 타워

해변의 모습. 세번째 사진에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 야후돔이 보인다.



  해변을 잠시 돌아보던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는 대형쇼핑몰 마리노아 시티란 곳에 가볼까 했으나 이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거기까지 가는 것은 조금 힘들겠다 싶어서 4시쯤 다시 후쿠오카 타워로 돌아왔다.


마리노아 시티 가던 길에. 결국 포기하고 돌아왔다.


 
 늦어도 5시에는 하카타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로 올라갔다. 해변타워 중에는 일본 최고의 높이라는 후쿠오카 타워에서 바라본 바다는 멋졌지만, 날씨가 좋질 않아서 별 감흥이 일지 않았다.


내가 전망대에 올라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씨가 나빠졌다.



 예정보다 이른 4시 45분 쯤 타워에서 내려왔다. 여유 있게 하카타 역에 도착해 준비해 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이리 차가 막히는 걸까? 점심 때 안보이던 사람들이 이 시간에 다 몰려나왔는지, 시내의 교통체증은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갈 때는 30분 남짓 걸렸던 거리가 돌아올 때는 한시간이 넘어버려서 내가 하카타 역에 도착한 시간은 열차 출발 5분전인 6시였다.

 황급히 역에 들어서서 열차시각을 알리는 전광판을 훑어보았다. 'XX번 플랫폼 6시 7분 코쿠라 행' 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가? 출발 시간이 임박해 왔고 나는 앞뒤 잴것 없이 달려가서, 간신히 열차에 올라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잠시 동안은..

 열차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던 중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6시 45분 무렵에 코쿠라에 도착했어야 할 열차가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반 정도 밖에 오지 못한 것이다. 그제서야 내가 특급 소닉이 아니라 보다 느린 쾌속을 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페리가 출발하는 신모지(新門司) 항으로 가는 셔틀버스의 출발시간은 7시 20분. 나는 그저 10분 전이라도 도착하길 바랐으나 이런 날 비웃기라도 하듯 열차는 딱 7시 20분에 맞춰 코쿠라에서 날 내려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 보았지만, 이미 버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첫날부터 꼬일대로 꼬여버린 나의 모습에 좌절감이 밀려들었지만, 지금은 서둘러서 신모지 항으로 가는 것을 생각해야만 했다. 한대 있는 셔틀버스를 놓친 이상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수단은 택시 뿐. 요금 나올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해졌지만,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대기중인 택시로 다가가니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닮은 기사아저씨가 돌아본다.


 Holy: 신모지 항까지 얼마 정도 걸릴까요?

 기사아저씨: 한 25분에서 30분 걸릴 겁니다.


 꺄오ㅡ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난 결국 택시에 올라탔다.

 신모지 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요금이 얼마나 나올것이며 그것이 나의 앞으로의 일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기사아저씨가 말을 건네왔다. 나도 어떻게 대답을 해보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신통하게 진행되질 않는다. 아직 한참 공부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은 기사아저씨와 나눈 대화중 일부


 Holy: 일본에서 택시 타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하고 있어요(사실 처음은 아니다)

 기사아저씨: ('일본에는 처음' 이라고 이해한 듯) 음, 처음에는 긴장되겠지만 일본은 치안이 확실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한국도 그렇겠지만 일본도 치안이 안정되어 있거든.

 Holy: 아.. 네...-_-

 기사아저씨: 학교는?

 Holy: 졸업했습니다.

 기사아저씨: 키타큐슈(北九州)?

 Holy: (엥?)

 기사아저씨: 하카타?

 Holy: (에라 모르겠다) 예 하카타에 있는 학교에 다녀요^^;

 기사아저씨: 일본에서 착실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돌아가게나.

 Holy: ..................................감사합니다.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되는거지?)


 '氣をつけてね!' 라는 아저씨의 응원의 메세지를 뒤로 하고 페리 터미널로 들어갔다. (요금은 삼천칠백몇십엔인가가 나왔다.) 승선수속을 마치고 배에 오르자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배 안을 돌아보고도 싶었지만, 너무나 피곤했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자리에 드러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드라이버 룸의 모습. 한칸에 두개씩 침실이 놓여져 있다.

이게 사람 자는 곳이냐 쇼생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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