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일본 여행기 Day8 -후쿠오카- (1/10/2006) 여행 이야기

 진작에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었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대미지가 보통이 아니었는지 나는 한참동안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선실 안에 널브러져 있었다. 뭐라고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 같았는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던 중 다음 한마디에 눈이 번쩍 뜨였다.

 '..곧 신모지 항에 도착합니다. 도착 후 곧바로 셔틀버스가 출발하오니..'

 셔틀버스!! 또 놓칠 것 같으냐~ 나는 정신없이 일어나 후다닥 짐을 들고 모자를 눌러쓴 채 황급히 페리에서 내렸다. 아직 세수도 못했는데..


 버스는 순식간에 만원이 됐고, 뒤늦게 페리에서 내린 사람들에게는 자리가 없었다. 나 역시 간신히 버스에 올라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걸 타지 못하면 난 그날로 국제미아가 되는 것이다. 내게 택시 탈 돈 같은 건 이제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코쿠라 역에서 내린 나는 야키소바빵 하나를 사들고 첫날 타지 못했던 특급 소닉을 탔다. 쾌속으로 한시간이 넘게 걸리던 거리가 특급으로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자꾸 첫날 생각이 나서 속이 쓰렸다.


니들이 눈물젖은 야키소바 맛을 알아?



 하카타에 도착하자 시간이 꽤 많이 남아있었다. 텐진이나 캐널시티 하카타 정도는 다녀 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았다. 여행 전 한군데라도 더 일정에 추가해 보려고 머리를 싸맸던 의욕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다른거 볼 것 없이 곧바로 버스를 타고 하카타 항으로 향했다. 수속을 받으러 갔더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이따가 오라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한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주머니를 탈탈 털어 가족과  친구들의 선물을 샀다. 이제 남은 돈은 49엔.. 도로 환전할 필요 없으니 잘됐군.. 불태웠어 라는 표현은 이런때 쓰는 거지 음.


없는 돈 털어서 선물이라고 사왔더니 뜯어보지도 않고 방구석에서 뒹굴고 있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귀국하는 걸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즐거운 여행이었는지 다들 웃는 얼굴로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일행들 사이에 혼자 죽을 상이 되어 끼어 있으니 괜히 밀항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윽고 수속이 시작되었고, 일찍 와서 기다린 덕분에 좋은 자리를 택할 수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수많은 교통수단들에게 수난을 당했지만, 이걸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하면 좀 웃기려나..

 배 안에서는 한무리의 초딩님들이 가위바위보로 계단 오르내리기, 화장실 들어가서 안나오기를 시전하며 배를 점거했으며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는 웬 미친 여자가 술에 취해 주정을 부렸다.

 아 몰라 귀찮아.. 잠 좀 자게 내버려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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