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칸사이 여행기 Day 4 -쿄토- (2013.08.14) 여행 이야기

네번째 날의 일정은 칸사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쿄토 방문.

횟수로만 치면 이전에도 세번 정도 들렀던 적이 있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관광에 늘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실질적인 여행 마지막 날인 만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우리는 이곳에 하루를 몽땅 쏟아붓기로 했다.

...라며 의욕 가득히 출발한 우리였지만 여정은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한큐 쿄토 본선을 타고 쿄토로 향하던 도중 갈아타기 위해 카라스마에서 내렸는데 뭔가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뒷주머니를 만져보자 열차 탈때 찔러넣었던 지갑이 사라져 있었다.






지갑 안에는 현금은 물론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같은게 잔뜩 들어있었기 때문에 그게 없어지면 난 그냥 망하는 것이었다.
잠깐 머리속이 하얘졌지만 더 지체하지 않고 역무원을 찾아갔다. 지갑을 분실했다고 얘기하니 지갑의 생김새나 내용물 등을 자세하게 물어보고는 해당 차량의 승무원과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근거는 없지만 지갑도 무사할 것만 같았다.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는지 잠시 후 지갑을 찾았고 종점인(카라스마에서 한정거장) 카와라마치 역의 조차실에서 보관중이라는 무전이 왔다. 유루유리 티셔츠를 입고 횡설수설하던 오타쿠에게도 친절하게 응대해준 역무원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카와라마치로 가서 지갑을 확보. 아 십년 감수했다....





와이 오사이후 아카리 오사이후 다이스키



어쩌다가 카와라마치까지 와버렸으니 그냥 이곳에서 스타트 할까 하다가 이미 짜둔 계획에 손대고 싶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쿄토역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법석을 떨었지만 액땜한 셈 치고 나는 형에게 음료수를 쐈다.

쿄토역에서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한 우리는 먼저 역 근처에 걸어 갈 수 있는 히가시혼간지에 들렀다. 어째서인지 이곳은 그간 쿄토를 오가면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여행 전 형의 제안으로 계획에 추가되었다.

히가시혼간지에서 잠시 그분을 기린 뒤 다시 걸어서 15분 거리인 니시혼간지로 이동. 뭐 절의 기원이나 역사적 의의 같은 걸 굳이 이곳에 늘어 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런 곳에 올 때마다 내 무식을 자랑하는 것 같지만 두군데 모두 입장료를 받지 않아서 그런지 경내는 그리 크지 않고 볼거리가 많거나 뭐 그렇지는 않았다.





카와라마치




스룻토칸사이패스가 있으면 버스도 공짜.




쿄토 역으로




쿄토 타워. 입장은 안할 거지만..




히가시혼간지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이영호 일본진출







니시혼간지로 가는 중(사진은 쿄쇼지-興正寺-)




고에이도몬(御影堂門) 으로 입장




크기는 히가시혼간지보다 살짝 작았던 것도 같고.




고에이도와 아미다도(阿弥陀堂)를 연결하는 마루.




마루에 앉아 잠깐 쉬면서 한장




나올때는 아미다도몬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



두 혼간지를 둘러보고 나오자 대략 한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오후까지 다섯 군데 정도는 찍고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아침부터 허둥댄 것 치고는 아직까지는 순조.. 니시혼간지 앞에서 조금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니죠 성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도 그렇고 니죠 성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단체 관광객들도 많고 여기저기서 이나라말 저나라말도 들려오고 뭔가 어수선.. 형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입장 하자마자 인파를 피해 뒤도 안돌아보고 걷기 시작하는데 난 형이 그렇게 걸음이 빠른지 처음 알았다. 무슨 플래시인줄ㄷㄷ

니죠성 설명은 역시 생략.. 고텐 안의 건물 내부는 촬영금지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버스를 타고




니죠 성 도착.




니노마루고텐(二の丸御殿)




카라몬(唐門)을 통해 들어가면




니노마루 정원으로








안에서는 사진을 못찍으니 정원 사진만 잔뜩..




정원을 돌아보다 천수각 터로 올라갔다.




벤치가 있었지만 날씨 때문에 앉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시 주위를 내려다 보다가




계단이 은근히 가파르다.






다 좋았는데 너무 더워서..




그래도 기념사진. 아카링~








형이 미친듯이 빨리 걸어서 계속 쫓아가야 했다.



니죠 성 관광을 마치고 잠시 휴게소에 들러 형과 오후의 일정에 대해 상의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쿄토에서의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저녁에 아라시야마로 이동해 그곳에서 열리는 하나비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여행 시작부터 쭉 계속된 하드한 일정 덕분에 형이나 나나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하나비를 포기하고 조금 일찍 오사카로 돌아와 덴덴타운에서 노닥거리는 걸로 방침을 바꿨다. 계획이 틀어지는 건 내키지 않지만.. 사실 이 상황에서 인파를 뚫고 하나비를 보고 온다는 건 체력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내심 홀가분한 기분도 들었다.

대충 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무리 짓고 니죠 성을 나왔다.

버스를 타기 전에 형이 가보고 싶었다는 혼노지 터를 찾아갔는데, 이게 따로 표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동네 골목길에 비석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 찾느라 고생했다. 





혼노지 터에서. 노부나가가 여기서 죽었단 말인가.




이런 걸 어떻게 찾아.




다시 버스를 타고 헤이안 진구로. 힘들어서 표정이 완전히 맛이 갔다.




카모가와(鴨川)를 건너가며.



헤이안 진구에 도착한 시간이 두시 좀 안되서였고 이미 무더위는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온통 빨간색으로 가득한 이곳의 비주얼 때문인가 날씨는 더 덥게만 느껴졌다.

일본에서 제일 크다는 도리이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 넓은 공간에 건물 몇채가 놓여있는 게 전부라서 생각보단 볼게 없었다.

경내를 둘러본 뒤에 우리는 신사 뒤편의 정원 신엔(神苑)에 입장하느냐 마느냐(입장료 600엔)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왠지 모를 귀찮이즘이 발동하며 결국 패스.. 날씨도 날씨지만 사실 하나비를 포기하고 나서 의욕이 반쯤 꺾인 참이라 이때부터는 빨리 일정을 마무리짓고 오사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 신엔이야말로 헤이안 진구의 진면목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여행을 다 마치고 난 다음이었지만..





헤이안 진구 도착. 멀리서부터 보이는 빨간 도리이가 인상적.




입장하기 전에




헤이안 진구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오텐몬(應天門)




웬 지푸라기 같은게 걸려있었다.




경내로 들어서면 이런 풍경.




무더위에 무녀알바도 인상을 쓰고 있다.




규모에 비하면 약간은 휑한 느낌이다.




다이코쿠텐을 중심으로 왼쪽에 뱟코로(白虎楼).




오른쪽에 소류로(蒼龍楼)가 자리잡고 있다.




색만 봐서는 알수가 없지만..



미적미적 헤이안 진구를 뒤로 한 우리는 쿄토의 마지막 목적지인 키요미즈데라로 향했다.

내가 이곳에 처음 왔던 게 2006년이었는데 하루종일 헤메다가 문닫기 30분 전에 뛰어들어 허겁지겁 보고 간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그땐 모든 여행 일정이 이런 식이라서 그냥 발 딛고 사진 몇장 찍으면 갔다온 셈 치고 그랬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지만 하여간 그땐 눈도 내리고 날도 춥고 버스정류장도 못 찾겠고 내가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뭐 이번엔 평범한(?) 날씨와 정상적인 시간에 방문을 했으니 그럴 일은 없었지만 그만큼 관광객들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 이미 올라가는 언덕부터 인파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이곳만 들렀다가 오사카로 돌아 갈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느긋하게 키요미즈데라를 돌아보기로 했다.





여기서 한참 올라가야 된다.




오르막에 위치한 상점가 또한 키요미즈데라의 볼거리




쭉 올라가다 보면 니오몬(仁王門)이 나온다.




일단 여기서 사진 한장..




옆에 있는 건 사이몬(西門).




즈이구도(随求堂)




여기부터는 표를 사서 들어가야 된다.




본당으로 들어가면 무쇠 석장과 게타가 놓여있는데 무게가 각각 90kg, 12kg라고.. 노지심도 못 들듯;




사람들이 뛰어내리곤 했다던 난간 앞에서.




내려다 본 모습




멀리 쿄토 타워도 보인다.




지쥬신사(地主神社)로 올라갔다.




연애운을 점칠 수 있다는 돌이란다.




눈을 감고 몇미터 떨어져 있는 이 바위까지 오면 사랑이 이뤄진다는데, 사진 속의 청년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옆에 있던 외국인 처자의 다리를 더듬으려고 했다!




에마까지 연애가 테마인가




본당을 바라본 모습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산쥬노토(三重塔). 전에 왔을 때도 이건 보고 갔던 기억이.




오토와노타키(音羽の滝)에서. 물은 못 마시고 사진만..




물빛이 왜 저래..




키요미즈데라 관광을 마치고




근처의 기념품 가게에서 레몬맛 빙수를 사먹었다.



키요미즈데라를 끝으로 쿄토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매번 통감하는 거지만 쿄토를 당일치기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별로 현명한 계획은 아니었다.
원래는 오전에 먼저 나라(奈良)를 들렀다가 쿄토로 향하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서둘러 돌아가겠다고 분주하게 움직였건만 쿄토역으로 돌아오자 시간은 이미 5시가 다 되어 있었다. 카라스마에서는 때 마침 열차가 들어왔지만 빈자리가 없었고 우메다까지 서서 갈 자신이 없었던 우리는 끝내 탑승하지 못하고 역 안의 벤치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음 열차를 타고 오사카로 돌아오는 40여분 동안 우리는 넋나간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손목시계 가죽끈의 염이 녹아내렸고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더니 땀 때문에 물이 빠져서 손이 시퍼랬다-_-

쿄토에서는 음료수나 빙수 말고는 먹지 않았기 때문에.. 오사카로 돌아와서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난바의 카무쿠라(神座) 라는 라면집이었는데, 킨류ㆍ시텐노 등과 함께 오사카 라면의 패권을 다투고 있는 곳이라고..





난바에서도 지점이 여러군데 있는데 우리가 간 곳은 센니치마에(千日前) 점




메뉴 이름이 대놓고 '맛있는 라면(おいしいラーメン)' 이었는데 이름값 하는 듯?



식사를 마치고 남는 시간은 덴덴타운에서 보내기로 하고 니폰바시 쪽으로 향했다. 상점가에 도착했을 때는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쿄토에서 서둘러 돌아온 보람도 없이 뭘 해 보기도 전에 이미 폐장 분위기였다. 30여분 정도 K-BOOKS 같은 곳를 기웃거리고 있자니 곧 매장 곳곳에서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좀 더 늦게까지 하는 난바 역 근처의 북오프를 찾아갔지만 여전히 별 건 없었다. 나름 규모가 큰 곳이었지만 다음날 집에 갈 생각을 하니 괜히 돈을 써가며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노부나가 쇼텐이라던가 게임센터 몇 군데를 더 배회하다가.. 이러고 놀면 뭐하나 싶어서 11시 좀 안되서 호텔로 복귀. 써놓은 것만 보면 되게 우울했던 하루 같은데 실제로 저녁부터는 둘다 기운이 좀 처져 있었고 뭐 여행 마지막 밤 분위기란게 늘 이런거니깐..

다음날은 아침 비행기라 일찍 체크아웃하고 칸사이 공항으로. 이제 무더위와는 안녕인가 했는데 서울도 똑같이 더웠다; 집에 도착해서는 그대로 기절o<-<

어쨌거나 4박 5일 간의 칸사이 여행도 이렇게 끝.
 




여행 내내 찾아왔지만 아쉬움만 남은 덴덴타운




그래도 여행 잘했다고 호텔에서 맥주를 깠다.(형은 효케츠)




귀국날(15일) 아침 칸사이 공항의 스키야에서.. 난 왜 아침부터 메가규동을 먹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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